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 1가에 위치한 경복궁(景福宮)은 사적 제117호로,

1395년(조선 태조 4)에 창건된 조선 왕조의 정궁(正宮)이다. 태조 이성계는

1392년 7월 고려의 도읍지인 개경에서 왕위에 올라 조선을 건국한 다음,

1394년(태조 3) 10월에 한양으로 천도하고 이듬해 9월에 경복궁을 완공하였다.

경복궁 근정문 및 행각1985년 보물 제812호로 지정된 경복궁 근정문 및 행각은

근정전의 인근 정문과 근정전에 딸린 장랑(長廊)이다. 근정문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중층 다포계 건물이며, 행각은 복랑형으로 된 초익공 양식을 취하고 있다.

　

처음 새 궁궐을 지으려고 잡은 터는 고려 때의 남경(南京) 이궁(離宮) 자리였으나

너무 협소하여, 거기서 남쪽으로 조금 옮겨 지금의 경복궁 자리에 건물을 배치하고

전각(殿閣)을 지었다.

경복궁이 자리한 곳은 도성(都城)의 북쪽에 위치한 북악 기슭인데, 북악은 풍수

지리설(風水地理說)에 따르면 도성의 주산(主山)이 된다. 궁궐 앞으로 시가지가

넓게 펼쳐져 있고, 그 앞으로 안산(案山)인 목멱산(木覓山, 남산南山)이 자리잡고

있으며, 궁궐의 왼쪽인 동쪽으로는 좌청룡 낙산(駱山)이, 오른쪽으로는 우백호

인왕산(仁旺山)이 있고, 그 가운데로 서에서 동으로 청계천(淸溪川)이 흐른다.

이러한 지형지세를 띤 곳 북쪽에 궁궐을 세우고, 궁궐 앞 동쪽에는 종묘(宗廟)를,

서쪽에는 사직단(社稷壇)을 배치하였는데, 이는 중국에서 고대부터 지켜져 오던

도성 내 건물 배치의 기본 형식을 따른 것이다.

경복궁의 좌향

한양을 도읍지로 정한 후 궁궐 위치와 궁궐의 좌향(坐向)을 정하는 과정에서 승려

무학(無學)과 문신(文臣)인 정도전(鄭道傳) 사이에 의견이 달랐다는 야사(野史)가

전해온다. 풍수전문가이며 예언가였던 무학은 인왕산을 주산으로, 백악을 좌청

룡으로, 목멱(남산)을 우백호로 하여 궁궐이 동쪽을 향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유학자이자 치세가였던 정도전은 원래 군주는 모두 남쪽으로 향하여 정사를 보는

법이지 동쪽으로 향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뜻을 굽히지 않고 정궁인 경복궁이

남쪽을 향하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이때 무학은 탄식하며 2백 년 후에 왜란의 액을 입을 것이라고 예언했다는데,

정사인 『태조실록(太祖實錄)』에는 고려시대 남경의 이궁 자리인 백악 밑의

터를 살핀 후 그곳을 궁궐터로 결정하게 되는 경위는 기록되어 있지만, 인왕산을

주산으로 하기 위해 터를 살펴보았다는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19세기에 목판으로 만든 수선전도의 궁궐과 궁

무학을 궁궐의 좌향 논의와 연관시키는 야사들은 임진왜란(壬辰倭亂) 이후에

쓰인 문헌에만 나타나며, 이러한 내용들은 모두 임진왜란 이후 나라가 어지러

웠기 때문에 민간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로 보아야 한다.

창건 당초의 경복궁에 대해서는 『태조실록』에 새 궁궐의 규모·배치 및 각 건물의

기능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이때 건립된 건물은 총 390여 칸에 이르며,

새 궁궐은 기본적으로 남북 직선축을 따라 중심 건물들이 차례로 놓이고 그 주변에

여러 건물들을 배치하였다.

공사가 완료되자 정도전은 그해 10월 새 궁궐의 이름을 '경복궁'으로 짓고, 다른

전각의 이름도 『시경(詩經)』과 『서경(書經)』에 나오는 좋은 구절을 취하였다.

경복궁은 태종, 세종을 거치면서 계속해서 전각이 더 지어지고 보완되었다.

태종대에는 명당수를 파서 이를 홍례문 안 금천(禁川)으로 끌어들여 궁궐의

상징성과 풍수적인 형국을 보완하였는가 하면, 경회루(慶會樓)를 새로 지어

외국 사신들과 조정 관원들의 연회 장소로 이용케 하였다.

창건 당시 경복궁의 규모

새 궁궐인 경복궁은 1395년(태조 4) 8월 경기좌도의 인부 4500명, 우도 인부 5000명,

충청도 인부 5500명을 징집하면서 시작되어 같은 해 9월 29일 1차로 완성되었다.

이때 건립된 전각은 총 390여 칸에 이르렀는데, 『태조실록』(태조 4년 9월 29일)

에는 건물의 명칭과 규모, 기능 등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보평청(報平廳)은 5칸으로, 정사를 보는 곳이며, 연침의 남쪽에 있다. 동쪽과

서쪽에 이방이 각각 1칸이며, 남천랑이 7칸, 동천랑이 15칸이다. 남천랑 5칸이

동행랑에 닿았고, 서천랑 15칸도 역시 남천랑 5칸에서 서행랑에 닿았다.

연침의 북쪽 행랑 동쪽 구석에서 정전(正殿) 북쪽 행랑의 동쪽 모퉁이에

이르기까지 23칸이 동행랑이 되고, 서루(西樓)에서 시작하여 정전 북쪽 행랑의

서쪽 모퉁이에 이르기까지 20칸이 서행랑이 되었다. 이상이 내전(內殿)이다.

정전은 5칸 규모인데, 보평청 남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조회를 받는 곳이다.

상하층의 월대(越臺)가 있는데 깊이가 50척, 너비가 112척 5촌(寸)이다.

동계(東階)·서계(西階)·북계(北階)의 너비가 각각 15척인데, 위층계[上層階]의

높이는 4척이고, 석교(石橋)가 5단[五級]이다. 중계(中階)는 네 면의 너비가

각각 15척이며, 아래층계[下層階]는 높이가 4척, 석교가 5단이다.

북행랑은 29칸이며, 천랑 5칸은 북행랑에서 정전의 북쪽에 닿았고,

수라간(水刺間)이 4칸이다. 동루(東樓) 3칸은 상하층이 있고, 그 북쪽 행랑

19칸은 정전의 북행랑 동쪽에 닿아서 내전의 동행랑과 잇닿아 있었으며,

그 남쪽 9칸은 전문의 동각루(東角樓)에 닿았다. 서루 3칸도 상하층이 있는데,

그 북쪽 행랑 19칸은 정전의 북행랑 서쪽 구석에 닿아서 내전의 서행랑과

이어져 있었고, 그 남쪽 9칸은 전문의 서각루(西角樓)에 닿았다.

궁전 마당[전정(殿庭)]의 너비는 동서가 각각 80척, 남쪽이 178척, 북쪽이

43척이다. 전문은 3칸인데 전(殿)의 남쪽에 있고, 좌우 행랑은 각각 11칸이며,

동각루와 서각루는 각각 2칸이다.

오문(午門)은 3칸인데 전문의 남쪽에 있으며, 동·서 행랑은 각각 17칸이다.

수각(水閣)이 3칸이고, 뜰 가운데에 석교가 있으니 어구의 물이 흐르는

곳이다. 동문을 일화문(日華門)이라 하고, 서문을 월화문(月華門)이라 했는데,

문의 좌우 행랑이 각각 17칸이며, 동·서각루가 각각 2칸이다.

그 밖에 주방(廚房)·등촉인자방(燈燭引者房)·상의원(尙衣院), 양전(兩殿)의

사옹방(司饔房)·상서사(尙書司)·승지방(承旨房)·내시다방(內侍茶房)·

경흥부(敬興府)·중추원(中樞院)·삼군부(三軍府)와 동·서루고(東西樓庫)가 무릇

390여 칸에 이른다.

이상 언급된 실록 기사로 창건 당시 경복궁의 기본 배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경복궁은 남북축 선상에 남쪽에서 북쪽으로 오문, 정전, 보평청, 연침의 순서로

중심 전각이 나란히 놓이고, 중심 전각 주변에는 행각이 좌우 대칭으로 네모

반듯하게 감쌌으리라 추정된다. 그리고 왕이 신하들과 정무를 보는 외전은

궁궐 앞쪽에, 내전은 뒤쪽에 위치하는데 내전의 각 전각과 정전은 천랑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조선 후기 도성전도① 경복궁 ② 창덕궁 ③ 창경궁 ④ 성균관 ⑤ 경덕궁(경희궁) ⑥ 종루 ⑦ 숭례문 ⑧ 광희문 ⑨ 흥인문 ⑩ 동소문 ⑪ 창의문 ⑫ 돈의문 ⑬ 소의문

경복궁은 1553년(명종 8) 9월 일어난 큰불로 근정전(勤政殿)·경회루·함원전

(含元殿)·청연루(淸燕樓)만을 남긴 채 편전(便殿)과 침전(寢殿) 구역의 건물이

모두 소실된 것은 물론, 역대로 내려오던 진귀한 보배와 서적, 왕과 왕비의

고명, 의복, 거마(車馬) 등이 불타버리는 창건 이래 최대의 참사를 겪었다.

불에 탄 경복궁은 1554년 봄에 중건 공사를 시작하여 그해 9월에 낙성되었다.

하지만 임진왜란으로 또다시 불에 타 잿더미로 변하였다.

그 후 경복궁 복구를 위한 공사 준비를 하다가 돌연 창덕궁을 재건하면서

경복궁은 270여 년이 지난 1865년(고종 2) 4월에 왕권을 강화하려는 흥선

대원군(興宣大院君)의 주도로 중건 공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1868년 6월 말

경복궁이 완성되고, 그해 7월 고종이 창덕궁에서 옮겨오면서 경복궁은 다시

조선 왕조의 정궁 역할을 회복한다.

경복궁 중건은 1865년(고종 2) 4월 대왕대비 조대비(신정왕후)에 의해 발의된

교서로 논의가 시작되어, 같은 해 4월 13일 공역이 시작되었다. 중건 공사는

1868년 6월 말에 공사를 마치고 7월 2일 국왕과 왕실의 경복궁 이어(移御)가

실현되어 정무를 개시하였다. 중건된 경복궁의 많은 건물들은 그 후 몇 차례

소실되고 복구되기를 반복하였다.

1895년(고종 32) 경복궁 건청궁(乾淸宮)에서 명성황후(明成皇后, 민비)가

일본군에 의해 시해당하고, 이듬해 양력 2월에는 고종이 러시아 공관으로

파천(播遷)하면서 경복궁은 왕궁으로서의 운명을 다하게 된다. 일제 강점기에

경복궁은 다시 전각들이 훼철(毁撤)되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등 많은

수난을 겪는다.

고종 때 중건된 경복궁은 궁궐의 중앙 남북 일직선의 축선을 따라 남으로부터

광화문(光化門)·흥례문(興禮門)·영제교(永濟橋)·근정문(勤政門)·근정전·

사정전(思政殿)·강녕전(康寧殿)·교태전(交泰殿)이 차례로 배치되었다.

궁궐 동·서쪽에는 건춘문(建春門)·영추문(迎秋門)이 각각 있으며, 북쪽에는

신무문(神武門)이 있고, 궁의 사방은 담으로 둘러져 있다.

광화문 안에는 홍례문이 있고, 그 안에 어구(御溝)가 있어 서에서 동으로 물이

흘러나간다. 어구에 놓인 금천교(錦川橋)를 건너 근정문을 들어서면 이중으로

쌓은 월대 위에 근정전이 우뚝 솟아 있고, 그 둘레로 행각(行閣)이 조성되어 있다.

근정전 뒤의 사정문을 들어서면 왕이 정사를 보는 편전인 사정전과 그 동·서쪽에

각각 만춘전(萬春殿)·천추전(千秋殿)이 남향으로 놓여 있다. 사정전 뒤 향오문

(嚮五門)을 들어서면 정면에 연침인 강녕전이 있고, 그 앞 동서 양쪽에 연생전

(延生殿)·경성전(慶成殿)이 있다. 강녕전 뒤에는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이 있고,

교태전 북쪽에는 왕이 휴식하고 수학하는 원림(園林)이 조성되었으며,

신무문 밖 북악산 산록에도 후원이 조성되었다.

1910년 일제에 의해 국권이 상실되자 경복궁은 일본의 침략정책에 의하여

무참히 파괴되었다. 1915년 9월 1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일제는 이른바

 '시정오년기념조선물산공진회(始政五年記念朝鮮物産共進會)'를 경복궁

안에서 개최하면서 건물 4,000여 칸을 헐고 그 자리에 5,200여 평에 달하는

18개소의 상품 진열관을 설치하였다. 전시회가 끝나자 일제는 경복궁 안에

궁궐 시설과 무관한 각종 석탑·부도·석등·불상 등을 전국 각지에서 옮겨

배치하고 음악당까지 설치하였으며, 1916년부터 조선총독부(朝鮮總督府)

청사를 짓기 시작하였다.

1917년 11월 10일에는 창덕궁에 큰 화재가 나서 침전들이 모두 불타버리자

이를 복구한다는 명목으로 경복궁의 침전인 강녕전·교태전·연길당(延吉堂)·

함원전·경성전 등을 1918년부터 1920년 사이에 헐어내어 창덕궁의 침전

복구공사 재목(材木)으로 사용하였고, 1918년부터는 왕권의 상징인 근정전·

사정전·만춘전·천추전을 유물 전시실로 사용하였다. 1926년에는 조선총독부

청사가 경복궁의 근정전 앞마당에 준공되었다. 총독부 청사 신축을 두고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일본인들까지도 맹렬히 비난하며 여론을 환기시켰다.

이 과정에서 일제는 1927년 9월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을 헐어 건춘문

북쪽으로 옮겼다. 광화문은 1950년 6·25 전쟁으로 문루가 타버리고 석축만

남아 있던 것을 1963년 현재의 위치에 콘크리트 구조로 복원하였으며,

조선총독부 청사는 경복궁 복원을 위한 문민정부의 강력한 역사 회복 정책에

의하여 1995년부터 1996년에 걸쳐 철거되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한국 미의 재발견 - 궁궐·유교건축]